세상의 모든 밥상

세상의 모든 밥상은 거룩하다. 초라한 노동의 댓가이든 호화로운 성찬이든 더할 나위없이 성스럽다. 김치찌게가 풍기는 냄새와 뜸드는 밥 냄새는 나그네에게 고향을 추억하게 하며, 허기가 영혼보다 강하며, 생명이 온갖 선과 죄악을 초월하는 것임을 깨우친다.

날 것을 데워 부드럽게 하는 불의 마력과 썩을 것들을 삭혀서 맛으로 발효시켜가는 시간의 느리고 절묘한 화음들을 우리는 허기로 버무려 위와 장을 거쳐 뼈와 살 속 깊숙히 박아넣는다.

허기가 고통이라면, 밥을 씹어 삼키는 행위는 원초적 쾌락이다. 이러한 쾌락의 극을 찾아, 살고자 먹는 밥상에서 복어의 살 속에 든 극미량의 독을 맛보다가 죽기도 하고 옻닭을 먹거나 과매기를 먹다가 알레르기로 사경을 헤맬 수도 있다.

그러나 자주 밥상을 앞에 놓고 내일의 끼니를 기약할 수 없어 더없는 슬픔을 느끼거나, 삶의 노고에 울분을 삼키기도 한다. 좁은 밥상은 그러니까 위태롭기도 하며, 그것을 위하여 작업복을 입거나 넥타이를 매며, 때로는 어두운 골목에 화톳불을 피우고 오늘의 일거리를 찾는다.

우리는 밥상을 통하여 우리를 봉양하고 구제한 후에야 간신히 그것도 가까스로 신을 생각할 수 있기에 세상의 모든 밥상은 선과 악의 고향인 동시에 지극히 거룩하다.

Homo-Babiens

이빨이 상한 동물은 자연의 상태에서 더 이상 생존할 수가 없다. 그러나 오늘 나는 거룩한 밥상을 마주 대하고서 이빨이 또 아프다.

씹지 못하는 맛난 것들이 허무하고 딱딱하게 식도를 지나 밥통으로 떨어지는 저녁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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