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 わび

명품적 취향을 명료하게 표현하는 것은 와비(わび)이다. ‘띠풀을 엮어 만든 암자에서 마시는 차’ 1草庵の茶 로 대표되는 리큐(千 利休: 1522생~1591몰) 화상의 와비란 ‘간소한 속에서 발견되는 맑고 한적한 정취’ 2和敬淸寂 였다. 맑은 차와 더 이상 간소할 수 없는 격조를 간직한 다구들, 거기에 스며든 정성과 고요한 시간들이야 말로 명품이 이루어지는 요소다. 한 화상의 와비적 이상이 조선의 도공들이 두루미로 엮여 왜국으로 끌려가게 된 이유다. 간소한 찻잔 하나에 대한 욕심이야말로 엄청난 양의 점토와 유약, 노동력과 장작을 낭비하고 깨진 그릇들의 무덤을 만든 것이다.

여자는 사내에게 말했다.

“가마에서 꺼낸 그릇들이 웃는 소리를 들었어. 도자기가 식을 때 겉에 바른 유약이 실금처럼 터지면서 나는 소리랬어. 밤새도록 별들이 웃는 것 같은 소리를 냈어.”

아주 조용한 밤에 유빙렬이 세밀하게 난 찻잔에 차를 따르면, 찻잔이 소리를 낸다고 한다. 실금 사이로 차가 스미는 소리란다. 그래서 오래된 찻잔에는 차의 색깔이 배여 있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