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 노을과 묘지
그때 강변으로 나가 노을이 지는 것을 함께 보지 못했던 것이 아쉽습니다. 그리고 ‘순교자의 묘지’1지금의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이지만 당시에는 선교사 무덤이라고 했다. 나는 순교자의 무덤이라고 늘 생각했다. 간혹 묘지로 들어서는 철제 쪽문이 열려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면 미루나무와 야트막한 나무들 아래, 낙엽과 풀들 사이로 묘석들이 누워 있었다. 가을 오후에 들어서면 쓸쓸해서 묵상이라는 것이 뭔지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위로 자란 미루나무 몇그루가 황금빛 오후를 맞이하며 짙은 그림자로 서서 바람에 대하여 사색하는 모습을 어째서 당신께 한번도 보여주질 못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