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C. 얼굴과 이름의 흔적

여자들은 얼굴을 고치고 싶어한다. 또 자신의 이름이 마뜩찮다. 얼굴을 고치고 이름을 바꾼다면, 자신은 여전히 나(我)이겠지만, 타인에게는 낯선 사람이 된다. 결국 한 사람의 자아는 한 개인의 내적 체험에 대한 해석학적 산물이다. 얼굴과 이름이 바뀐 타인을 해석하여 누구라고 조립해내기란 힘들다.

사내가 여자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은 이름을 개명하고 딴 여자가 되었던 탓이다. 헤어진 애인을 찾는다면 이름보다 유용한 것은 주민등록번호다. 아이덴티티를 확인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이라곤, 이제는 DNA의 염기서열과 6자리+7자리로 이루어진 주민등록번호 외에는 없다.

여자는 이름을 서현으로 바꿨다. 하지만 사내는 여자가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엄지손가락의 뭉뚝한 손톱으로 부터 서현이라는 여자가 그 여자라는 것을 다시 조립해낼 수 있다. 미소한 상처와 몸의 한쪽 구석에 있는 조그만 점이야말로 10년전에 잃어버린 어린 아이를 대표하는 제유적 징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내는 여자들의 엄지손톱을 훔쳐보는 습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