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4. 자웅동체

달팽이나 지렁이들은 두마리가 서로 껴안고 정자를 토해내고 받아들이며 생식을 한다. 자신의 내부에 암 수의 생식기관이 다 있음에도 사랑을 통하여 서로 다른 정자를 교환한다.

조선의 임성구지(林性仇之)는 두가지의 성기(兩儀)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을 받아들였고, 그는 아내와 밤을 보냈다. 사람들은 임성구지를 사형해야 한다고 했지만, 명종은 “괴이한 물건이지만 인간의 목숨이 지중하니 외진 곳에 두어 인류와 섞이지 않게 하라”고 한다. 사형을 처해야한다는 사람들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두가지 성기를 가지고 남녀를 넘나들면서 여자의 쾌감과 남자의 쾌감을 모조리 누렸다는 것, 행위가 끝난 후의 공허함과 불만족이라는 비밀을 모조리 알아버렸다는 것에 대한 질투와 분노가 아니었을까?

최초의 인간인 아담 카드몬(Adam Kadmon) 또한 양성동체라고 한다. 그 안에서 남성적인 힘과 여성적인 힘이 완벽한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임성구지가 자기를 껴안고 자신에게 사정을 하지 못하는 반면, 아담 카드몬은 자신을 포옹하고 입맞추며 섹스를 하고 엑스타시를 느끼며 모든 것을 방출하는 것이다. 신이란 어쩌면 이런 절정과 혼란이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기 때문에 아인소프(무한 혹은 비존재의 존재)의 모든 것이 그 안에 담겨져 있고 사람의 눈으로는 차마 볼 수 없는 신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사내는 홀로 침대에 누워 여자가 자기 속에 가지고 있는 양성동체이기를 바란다. 만약 그렇다면 밤마다 침대에서 세피로트가 자라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