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 말없는 여자
그녀는 말이 없었다. 몇 시간동안 수다를 떨었다 해도 다를 것이 없다. 몇개월을 만났지만, 어렸을 적에 그녀가 어떤 학교를 다녔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부모님이 어떤 분이며, 어떤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지, 앞날의 꿈이 무엇인지 들은 적이 없다. 그녀에겐 아무런 역사가 없다. 뭔가 내가 물으면, 웃기만 했다. 그녀는 그저 막막했고, 매일 만나도 길에서 문득 마주친 사람처럼 아무런 맥락이 없었다. 나는 그녀를 하얗게 몰랐다.
사랑한다고 나에게 말해도,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을 것이다, 아무런 이력도, 맥락도 없이, 그렇게 외롭게 사랑에 다다를 수 없었던 탓에…
그렇게 그녀는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