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6. 가을 수심(秋思)
마른 덩쿨, 앙상한 나무, 저녁 갈가마귀,
작은 다리, 개울, 민가,
황량한 길, 찬 바람, 비쩍마른 말.
저녁 해는 서쪽으로 기우는 데…
애끓는 이 하늘 가에 서 있다. 1枯藤老樹昏鴉, 小橋流水人家, 古道西風瘦馬. 夕陽西下, 斷腸人在天涯.
이는 元曲(원나라 때 희곡)이다. 천정사(天淨沙)란 한 때 유행했던 노래 이름(曲牌名)다. 당시에는 한 곡의 노래에 여러 가사를 붙여 불렀다. 이제는 노래는 사라지고 가사들만 남았다. 여기의 가을 수심(秋思)은 ‘천정사’에 단 대표적인 가사(小令)로 마치원(馬致遠)이 지었다. 문장이 되지 않는 명사들의 나열 만으로도 늦가을의 외롭고 시린 심사가 그냥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