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7. 가을과 영원

어렸을 적에는 크고 아득한 것을 바랐습니다. 자신은 유한하면서도, 또 유한함이 베푼 한 조각조차 온전케 하지 못하면서 어쩌자고 그랬을까요.

당신을 떠난 한참 후 였습니다. 사무실 난로 밑에서 귀퉁이가 타 들어간 잡지를 보았습니다. 펼친 잡지에는 프랑시스 잠의 ‘애가 14’ 1

내 사랑이여 하고 당신이 말하면
내 사랑이여 라고 나는 대답했지요

눈이 내리네요 하고 당신이 말하면
눈이 내리네요 라고 나는 대답했지요

아직도 하고 당신이 말하면
아직도 라고 나는 대답했지요

이렇게 하고 당신이 말하면
이렇게 라고 나는 대답했지요

그 후 당신은 말했지 사랑해요
나는 대답했지 나는 당신보다 더 라고

여름도 가는군요 당신이 내게 말하고
이제 가을이군요 라고 나는 대답했지요

그리고 우리들의 말도 달라졌지요

어느 날 마침내 당신은 말하기를
오,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데…

그래서 나는 대답했지요
또 한번 말해 봐요…
다시 또 한 번…

(그것은 어느 거대한 가을 날 노을이 눈 부시던 저녁이었다.)

< 애가 14 / 프랑시스 잠 >

가 들어 있었습니다. 어두운 난로가에 쪼그리고 앉아 몇 번이나 읽었습니다.

한숨으로 읽기를 마쳤을 때, 겨울 창에 아침 햇살이 들어차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