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 ㅁㅓㄴㅈㅣㅇㅡㅣ ㄴㅐㅁㅅㅐ

비가 오지 않았다, 오랫동안. 먼지가 도시 위로 가라앉았지만, 메마른 탓에 냄새도 잠잠했다.

기상예보에서 많은 비가 내린다고 했다. 예보는 틀렸다. 비는 찔끔내렸다. 도로와 보도의 먼지 위로 빗자국이 났다. 총알자국 모양이었다. 총알자국의 먼지가 공중으로 피어올랐다. 먼지는 습기와 섞여 초식동물의 냄새를 풍겼다. 그 냄새는 멀리에서 다가오는 것이거나, 이곳에서 저쪽으로 향하여 그저 아득해지는 소리같았다.

먼지는 먼地(땅), 멀리서 온 땅일지도 모른다.

동물원의 얼룩말은 자리에 서서 꼼짝도 않는다. 달리지 못할 바에야 꼼짝도 않겠다고 그렇게 서 있다. 달리지 않는 얼룩말에서는 가라앉은 먼지냄새가 났다.

동물원의 모든 동물들이 미쳐 버렸다는 것을 알지만, 그만큼 더 달리는 것에서 뽀얗게 일어나는 매캐한 먼지냄새를 맡고 싶다.

하지만 달려가야 할 거리와 다다라야 할 곳이 어디인가에 대해서 나는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