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2 : ㅇㅕㅈㅏㅇㅡㅣ ㅅㅏㅈㅣㄴ
여자는 십년동안 풀썩 늙어버렸다. 마치 몸 속에 아픔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얼굴에는 기울어진 주름과 너무 지쳐 삶을 그만 놓아버릴까하는 표정도 보였다.
그런 여자의 모습을 보면서, 예전에 그녀가 했던 말들이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물이란, 자신이 하는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나이라는 것을 그는 몰랐다. 그는 숱한 거짓을 저지르고 다녔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 가령 이런 것이다. 여자가 사랑한다는 것을 모른 척 한다거나, 사랑하지 않는 여자를 억지로 사랑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도무지 스스로의 마음을 알 수 없어서, 자신의 사랑이 진실한 것인지 알기 위하여, 마음 속에 질투가 일어나는지를 확인해 보기도 했다. 그의 스무살은 그렇게 기괴했다. 그래서 자신이 썩었다고 타락했다고 치부했다. 그러면서도 깨끗함을, 고요를, 마음의 평정 따위를 기대하거나 더 나아가 영원으로 이어지는 무엇인가가 세상과 자신 사이에 가로 놓여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모순된 나날을 보냈지만, 자신이 꾸민 거짓의 깊은 밑바닥에 진실이 입을 벌리고 있다는 것을 짐작조차 못했다. 거짓의 깊이가 깊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랑의 아픔 또한 깊다는 것을 그 후로도 수십년 동안 깨닫지 못했다.
오랫동안 여자의 진심 만 알고자 했을 뿐, 자신의 진심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만약 자신의 진심에 대하여 마주 할 수 있었더라면, 그녀가 했던 모든 말들이 사실이며 이루어질 것이었음을, 메말라 마치 먼지가 될 것 같은 그녀의 사진을 보면서 예언처럼 알게 되었다.
왜 그때 세상은 온갖 혼란과 유혹들로 점철되어 있었는지. 왜 사랑을 교묘한 언어와 능수능란한 춤 솜씨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사랑의 날 것, 비린 것인지 쓴 것인지 달콤한 것인지? 알고 싶지도 받아들이기 두려웠던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