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4 : ㅅㅓㅁㄱㅗㅏ ㅇㅏㄴㄱㅐ ㅅㅗㄱㅇㅔㅅㅓ

하지만 정작 내가 쓰고자 했던 것은 허접한 글 따위는 아니었어. 편지를 쓰고자 했어, 온 여름과 가을이 다가도록, 내 마음을 다하여. 마음 속의 진실이 쓰면, 그 위를 교활한 거짓이 덮어쓰고, 자신의 비겁한 변명을 한 줄기의 용기가 틀렸다며 뜯어 고쳐가며, 자신의 더러움을 또 다른 부끄러움으로 가릴 수 밖에 없는 그런 편지를. 몇날 며칠을 고치고 또 고치고, 낮과 밤을 바꿔가며 다시 쓰고. 끝없는 자기 부정과 부인으로 점철되어 무엇을 쓰려고 했는지 맥락도 없고, 쓰고 지운 글 자국 사이로 땀과 눈물이 몇번이고 흐르다 말라붙은… 가을이 끝날 무렵이면, 무슨 말을 하려고 쓴 것인지 나조차 알 수 없는 편지를, 너에게 부치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