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과 안개
이것이, 지난 여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너를 가슴에 담아, 번뇌를 키우고, 심장에 빗살무늬를 아로새겼던, 그 간의 전말이자, 마지막 진실이야.
이것이, 지난 여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너를 가슴에 담아, 번뇌를 키우고, 심장에 빗살무늬를 아로새겼던, 그 간의 전말이자, 마지막 진실이야.
20세기 마지막 십년을 장식하는 비지니스는 종교일 것이며, 영성과 명상과 같은 것들이 창궐할 것이라고 했다. 그랬다 그 십년은 치열하게 종교적이었고 동시에 사이비적이었다.
숨막히는 남국의 습기와 열기 속 일지라도, 살아가는 중에 며칠은 이렇게 잠잠한 강 가에서 새벽을 맞이하고 싶다.
그림자를 펜에 찍어 내 삶의 처절한 이야기를 여기 쓰노니 등잔 아래에서 읽을 수 없고 해(日)를 받으면 사멸하는 것, 곧 어둠의 흔적이라.
영혼이란 서글픈 법이다. 이유없는 생애를 짊어지고 가는 자들, 육신이 흘리는 땀을 육신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막연하여 할 수 없이 구겨만든 것이 영혼일진데, 거기에는 자신으로 부터 소외(疏外)되어 죄와 고독으로 몰린 자신이 있을 뿐이다
나는 철자법조차 잊은 채 낙타가 물 마시러가는 그 사막의 오후를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이 세상을 부인할 수 없기에 차마 믿을 수 밖에는 없다. 이것이 세상이 강포한 주먹으로 우리를 복종케하는 첫계명이다.
어린왕자를 만나도 좋지만, 별과 모래 밖에 없는 그 밤에는 두꺼운 옷을 여미고 마침내 외로움의 뚜껑을 열어도 좋습니다. 거기에는 아마도 자신들의 가련한 영혼이 있을지도 모르며, 지상에서 허락된 한 모금의 정신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나는 너무 외로웠다. 너희들이 침을 뱉어도, 너에게 환멸을 느꼈다고 높은 음자리로 매몰차게 말한다고 해도, 나는 마지막 남은 무릎을 이끌고 너희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고, 그리고 정말로 나는 아뭇 것도 아닌 놈이라고 말하고 너의 어깨를 끌어안고 울고 싶었다.
생애와 은밀하게 관계했으되, 한번도 너의 속에서 울어본 적이 없는 그 놈은 정녕 영혼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