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 오후의 훈풍
모르는 사람들의 한가로운 웃음과 남중국을 감싸고 도는 저녁의 훈풍에 휘날리는 도처에서, 외로움에 흠뻑 젖어들수 있으며, 아직도 남은 미지근한 열정에 도취되어 누구에겐가 편지를 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모르는 사람들의 한가로운 웃음과 남중국을 감싸고 도는 저녁의 훈풍에 휘날리는 도처에서, 외로움에 흠뻑 젖어들수 있으며, 아직도 남은 미지근한 열정에 도취되어 누구에겐가 편지를 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순간은 순간에 놓아두자는 생각도 했지만, 자신에게 다가왔던 풍요로운 고통들을 몸 속 깊이 아로새겨놓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때때로 아무런 내용없는 절망과 텅빈 슬픔과 대상없는 욕설과 비굴과 수치와 자기부정을 만날 때가 있는데... 문제는 바로 전에 절정을 만났다는 것이다.
거짓된 이 삶의 내용들이, 그녀의 육신 속에 깃들지 못했던 그 짧은 시간 때문에 흘려보냈던 거짓된 추억들이, 한번도 거짓된 적은 없으며, 그저 죽음의 정원 바깥에 뜻없이 피어나고 져버리는 꽃잎같은 것이었다고 마침내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얘야, 날개가 있어도 마음이 아프면 날 수가 없단다. 그래서 천사에겐 가슴이 없지." 저는 천사의 가슴이 필요했거든요. 그 해 가을에는 왠지 가슴이 시렸어요.
주문처럼, 저녁같은 숨결로 나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머나먼 세월을 지나고 낡은 길모퉁이에서 나의 초라한 이름이 살아났다.
저는 도시의 모든 지붕을 뒤덮은 붉은 십자가를 보면,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멸망의 그 날 그 시간이 제 가슴을 쥐어뜯으며 점점 다가오는 것을 뚜렷하게 느낍니다.
사진을 보면 늘 보아온 것들에 대하여 강렬한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으며, 밤과 낮의 사이, 빛과 어둠이 살을 섞는 음난한 시간이 얼마나 고독하고 아름다운 것인가를 처절하게 보여준다.
밥상을 통하여 우리를 봉양하고 구제한 후에야 간신히 그것도 가까스로 신을 생각할 수 있기에 세상의 모든 밥상은 선과 악의 고향인 동시에 지극히 거룩하다.
우표조차 용납되지 못했던 기억의 22장 10절을 찢어, 꺼져가는 시간에 다시 불을 붙였다.